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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매뉴얼/천주교 소식

기다림을 택한 266대 프란치스코 교황 : 보류한 결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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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의 정치와 사목 사이에서 걸어간 프란치스코

시스티나 경당의 문이 곧 닫힙니다.
"Extra omnes."
세상의 모든 소리가 밖으로 밀려나고,
성령의 숨결만이 남는 그 안에서
한 시대의 교황이 떠나고,
다음 교황이 올 준비를 합니다.

그 자리를 비우고 간 이는
분명한 결정을 내리기보다,
기다림과 숙고, 경청과 유보로
교회를 이끈 사람—
프란치스코 교황입니다.

오늘 우리는 그가 남긴 '결정을 보류한 결정들'을 통해,
그의 리더십이 지향했던 균형의 본질을 들여다보려 합니다.

 

 


🪨 결정할 수 있었지만, 하지 않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강한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는 권위를 내세우기보다,
기꺼이 공론의 장을 열고,
의견을 묻고,
그리고 ‘지켜보기로’ 선택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런 유보가 오히려 강한 지도력의 표현일 수도 있다는 것을
그는 보여주었습니다.


🔸 사례 1 — 기혼 남성의 사제 서품

2019년, 아마존 시노드에서는
현지의 심각한 사제 부족 상황에 따라
기혼 남성 중 신앙적으로 모범적인 사람에게
사제 서품을 허용하자는 제안이 논의되었습니다.

당시 프란치스코 교황은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그가 의도한 결과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보수 진영, 특히 사라 추기경과 은퇴한 베네딕토 16세
공동 저서가 발표되면서 상황이 바뀝니다.
그 책은 성직자의 독신 제도를 강하게 옹호하는 내용이었고,
교회 안팎에서 뜨거운 논쟁을 촉발시켰습니다.

👉 프란치스코는 결정을 보류합니다.

“이 문제가 지나치게 이념화되고, 교회의 분열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사례 2 — 여성 부제직에 대한 논의

프란치스코 교황은 재임 기간 중
여성의 부제직 허용 문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길을 열었습니다.

두 차례의 위원회가 꾸려졌고,
다양한 전문가들이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교황은 여전히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성령께서 교회에 말씀하시는 방식입니다.
우리는 더 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 여성을 사목의 동반자로 받아들이는 교회의 방향은 명확했지만,
교리적으로 구체적 결정을 내리는 데는 매우 신중한 자세를 견지했습니다.


🔸 사례 3 — 동성 커플 축복 허용

2023년 말, 교황청은 제한된 조건 아래
동성 커플에 대한 축복을 허용했습니다.
이는 진보 진영의 큰 환영을 받았지만,
특히 아프리카 주교단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왔습니다.

프란치스코는 그들에게 **'문화적 유예'**를 허용합니다.
즉시 따르지 않아도 된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각 문화권의 사목적 판단을 존중했습니다.

“이는 더 큰 단일성(일치)을 위한 다양성의 허용이었습니다.”

 

❗ 많은 이들이 혼란스러워했지만,
교황은 이를 통해 교회가 더 넓은 품을 가질 수 있음을 보였습니다.


🕊️ 교회의 일치 vs 문화의 다양성

프란치스코 교황의 리더십은
‘결정 보류’의 반복이 아니라,
다양성 속에서 일치를 이루기 위한 기다림이었습니다.

구분 의미 실제 전략
결정 유보 교회의 분열 방지 대화와 경청의 시간 확보
문화적 유예 지역 교회의 자율 존중 글로벌 교회로서의 일치 유지
교리적 신중함 신학적 혼란 최소화 교회의 근본 구조 보존
 

그는 종종 정치적으로 보였지만,
그 정치성은 사목적 깊이에서 나온 것이었습니다.


🧭 균형의 정치는 왜 필요한가?

교회는 세계 곳곳에 퍼져 있습니다.
문화, 정치, 경제, 언어, 전통…
이 모두가 너무 다르기에,
하나의 교회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경청’과 ‘숙고’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를 누구보다 잘 이해했고,
다소 답답해 보이더라도
그는 한 걸음 물러서서 모두가 따라올 수 있는 속도를 선택했습니다.

 

그는 독단적인 결정을 내리지 않음으로써
더 넓은 길을 열어놓았던 것입니다.


🔎 왜 이런 방식이 비판받았는가?

많은 이들은 “결정을 안 하는 건 리더십이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또한, 교황이 결정 대신 토론만 유도하고
결국 변화 없는 교회만 남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비판은
프란치스코의 사목적 관점과 맞닿아 보아야 합니다.

“교회는 성령의 인도하심 아래, 함께 걸어가는 공동체입니다.”

 

그에게 있어 교황은 모든 것을 결정하는 권력자가 아니라,
전 세계 교회를 경청하는 조율자였습니다.


🌍 미래 교황에게 남긴 과제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회의 미래를
단지 ‘계획’으로 남긴 것이 아니라,
‘논의의 장’으로 열어두었습니다.

  • 기혼 사제제? → 여전히 열려 있는 문
  • 여성 부제직? → 아직 결론 나지 않은 가능성
  • 동성 축복? → 문화권별 적용을 인정한 이정표

이제 다음 교황이 그 문을 어떻게 닫고, 열어갈 것인가는
바로 이번 콘클라베에 달렸습니다.


🧑‍🎓 한국의 시선 — 유흥식 라자로 추기경의 참여

이번 콘클라베에는 대한민국의 유흥식 라자로 추기경이 참여합니다.
한국 가톨릭 교회 역사상 매우 중요한 순간입니다.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 아래에서 성직자성 장관을 지내며
전 세계 사제 양성의 핵심을 맡았던 인물입니다.

“교회는 열린 마음으로, 사랑으로 다가가야 한다.”
— 유흥식 추기경

 

그 역시, 일치와 다양성 사이의 균형에 깊은 통찰을 가진 지도자입니다.


🕓 콘클라베 시작 시각

2025년 5월 7일,
한국 시간으로 오후 4시 30분,
시스티나 경당에서 콘클라베가 시작되었습니다.

그 순간,
전 세계의 시선은 작은 굴뚝에서 피어오를 연기에 쏠릴 것이고,
우리는 또 한 명의 교황이
결정과 기다림, 다양성과 일치 사이에서 어떤 길을 택할지
지켜보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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