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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매뉴얼/천주교 소식

2025년 콘클라베 시작 : 추기경들의 신학적 긴장 - 일치 vs. 다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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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티나 경당의 문이 닫히고, “Extra omnes”가 울려 퍼지면
세상의 소음은 차단되고, 교회의 가장 고요한 영적 선택이 시작됩니다.


그러나 그 고요함 속에는 지금도 팽팽한 긴장이 흐르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는 두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일치(Unity)’‘다양성(Diversity)’입니다.

2025년 교황 선출 콘클라베는 단순한 개인의 선택이 아닌,
교회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놓고 벌이는 신학적/정치적 논의의 정점입니다.

 


🤝 “일치를 위하여” — 그러나 그 말은 하나의 코드?

“우리는 일치를 원합니다.”
이 문장은 누구에게나 공감이 가는 이상처럼 들립니다.
하지만 지금, 교황 선출을 앞두고 보수 진영 추기경들이 외치는 ‘일치(Unity)’
일부에게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을 되돌리려는 암호처럼 들립니다.

“만약 누군가 내게 ‘콘클라베의 잘못된 방향은?’ 하고 묻는다면,
나는 망설이지 않고 ‘일치를 우선순위로 삼는 것’이라고 말할 겁니다.”
— 캐나다의 마이클 체르니 추기경


🗣️ 주요 인물 간의 대립

🔵 보수 진영

  • 게르하르트 뮐러 추기경 (독일)
    • 전 교리성 장관. 2017년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해임
    • “프란치스코는 교회를 분열시킨다. 독재자는 항상 분열시킨다.”
  • 로베르 사라 추기경 (기니)
    • 전 전례성 장관. 프란치스코의 개방적인 전례 정책에 강력 반발
    • “교회는 혁명과 단절로는 존속할 수 없다. 전통이 곧 일치다.”

🟡 진보 진영

  • 마이클 체르니 추기경 (캐나다)
    • 프란치스코의 가장 가까운 조언자 중 한 명
    • “일치란 이름으로 다양성을 억압하는 것이야말로 진짜 위기다.”
  • 유흥식 라자로 추기경 (대한민국)
    • “일치는 마음을 여는 것에서 시작된다. 교회는 닫힌 구조가 아니다.”

🔁 ‘일치’의 두 해석

  보수 진보
일치란? 전통에 대한 충성, 교리적 일관성 지역과 시대의 다양성을 포용하는 구조
위험 요소 개혁이 지나치면 교회가 분열됨 일치라는 명목으로 다양성을 억누르면 교회가 굳어짐
우선순위 교회 질서 유지 사목적 현실과 문화적 다양성 수용
 

프란치스코 교황이 시도한 교회 개혁의 핵심은
바로 이 두 가지 — 일치와 다양성 사이의 균형이었습니다.


🧭 교황 프란치스코는 무엇을 선택했는가?

  • 2019년 아마존 시노드
    • 기혼 남성의 사제 서품 제안 → 프란치스코는 “더 깊은 식별이 필요하다”며 결정 유보
  • 동성 커플 축복 허용
    • 2023년, 일부 조건부 허용 → 아프리카 주교단의 반발 → 문화권별 유예 조치
  • 라틴어 미사 제한 (2021년)
    • 보수파의 상징이 된 구미사 제한
    • 전통주의자들: “교회 분열”
    • 프란치스코: “진정한 일치를 위한 결정이었다.”

프란치스코는 어떤 문제든 ‘양극단 중간의 균형’을 택했고,
다르게 말하면, 누구에게도 완전히 만족을 주지 않는 신중한 지도자였습니다.


🧩 콘클라베에서의 현실

지금 시스티나 경당 안에는
서로 다른 배경, 문화, 신학을 가진 133명의 추기경이 모였습니다.

  • 유럽과 북미 추기경들: 교회 질서와 전통을 강조
  • 아시아와 아프리카 추기경들: 지역 사목적 현실 강조
  • 남미와 오세아니아 추기경들: 공동체성, 사회 정의 강조

모두가 ‘하느님의 뜻’을 찾고 있지만,
그 이해는 서로 다르게 형성된 경험과 문화에서 출발합니다.


🧠 “보이지 않는 논쟁”이 의미하는 것

이번 콘클라베의 핵심은
개인의 성향이 아니라 교회 구조의 미래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있습니다.

  • 교황은 단지 행정가가 아닙니다.
  • 그는 전 세계 가톨릭 교회를 상징하는 통합의 표지이자, 방향을 제시하는 목자입니다.

그렇기에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보다 중요한 질문은
“어떤 교회가 될 것인가?”입니다.


🙏 기도 속에서 택해지는 방향

이번 콘클라베에 앞서, 추기경단은 신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기도 요청을 전했습니다.

“지금은 우리가 하느님의 섭리 앞에 겸손해지는 시간입니다.
모든 선택은 성령의 인도 아래 이루어지도록
여러분의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교황직을 둘러싼 이 보이지 않는 논쟁도,
결국 기도 안에서만 의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 마무리하며

“일치”냐, “다양성”이냐.
사실 이 둘은 대립적인 단어가 아닙니다.

교회는 늘 다양성 속에서 일치를 추구해 왔고,
그 균형을 맞추는 것이 교황직의 본질이기도 합니다.

 

2025년, 시스티나 경당 안에서
추기경들은 그 균형을 다시 세워야 합니다.
그 선택은 단지 한 사람의 이름이 아니라,
‘어떤 교회로 나아갈 것인가’라는 응답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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