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7일, 우리나라 시간으로 오후 4시 30분.
로마 시스티나 경당의 문이 조용히 닫히며, 라틴어로 외쳐집니다.
“Extra omnes.” — 모두 퇴장하십시오.
이 짧은 선언은, 세상의 시간과 소리가 차단되는 교회의 가장 깊은 영적 순간의 시작을 알립니다.
그리고 그 순간, 교황 선출을 위한 콘클라베(Conclave)가 시작됩니다.
⛪ 콘클라베란 무엇인가요?
콘클라베(Conclave)는 라틴어 "cum clave", 즉 “열쇠로 잠긴”이라는 뜻에서 유래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투표 절차가 아니라, 하느님의 뜻을 식별하기 위해 스스로를 세상으로부터 ‘봉쇄’하는 영적 실천이기도 합니다.
시스티나 경당에 입장한 133명의 추기경들은 앞으로 며칠간 함께 기도하며,
가장 깊은 양심의 울림 속에서 한 사람의 이름을 써 내려가게 됩니다.
🕯️ 문이 닫히는 순간의 상징
“Extra omnes.”
모든 외부인은 성당을 떠납니다.
의전 담당자, 기자, 심지어 교황청 직원까지 모두 퇴장하고,
문이 닫히고 열쇠로 잠기면,
그 안에는 단 한 가지 질문만 남습니다:
"하느님, 지금 교회를 이끌 사람은 누구입니까?"
📅 2025년 콘클라베, 왜 중요한가요?
이번 콘클라베는 여러 가지 면에서 역사적인 순간입니다.
- 선거권 추기경이 무려 133명으로,
기존 교회법상 ‘120명 상한’을 넘어선 첫 공식 콘클라베입니다. - 전 세계 71개국에서 추기경들이 로마에 모였고,
그중 108명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임명한 인물들입니다. - 그리고 무엇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남긴 방향성과 개혁 정신을
계승할지, 회귀할지 결정하는 분기점이라는 점에서 주목됩니다.
🇰🇷 한국의 이름도 그 안에 있습니다
이번 콘클라베에는 대한민국의 유흥식 라자로 추기경도 참석합니다.
한국 천주교 역사상 두 번째로 교황 선출에 참여하는 인물이며,
현재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으로서
교황 프란치스코와 긴밀히 협력해온 핵심 인물 중 하나입니다.
그의 존재는,
한국 교회가 이제 단순한 ‘수혜자’가 아니라
세계 교회를 위한 ‘공동 책임자’가 되었음을 보여주는 상징이기도 합니다.
🗳️ 시스티나 경당 안에서 벌어지는 일
각 추기경은 “Eligo in Summum Pontificem”
("나는 이 인물을 교황으로 선택합니다")라는 라틴어가 인쇄된 투표용지를 받습니다.
이들은 엄숙히 맹세한 뒤,
자신이 선택한 인물의 이름을 적고,
성작에 표를 넣습니다.
하루에 최대 4차례 투표가 가능하며,
3분의 2 이상의 표를 얻은 후보가 있을 경우,
시스티나 경당 굴뚝에서 **흰 연기(백연기)**가 피어오릅니다.
🕊️ 성령께 귀 기울이는 시간
추기경들은 말합니다:
“지금은 우리가 하느님의 지혜와 섭리에 완전히 자신을 내어드리는 시간입니다.”
“우리의 생각과 이념을 내려놓고, 성령께서 교회를 인도하시도록 여백을 드려야 합니다.”
이는 단지 투표의 순간이 아니라,
교회 전체가 하느님의 뜻을 듣기 위해 고요히 기다리는 시간입니다.
🤲 신자들에게 요청된 단 한 가지: 기도
2025년 4월 30일, 추기경단은 전 세계 신자들에게 이렇게 요청했습니다:
“교회 전체가 이 시간을 은총과 영적 식별의 시간으로 살아가길 청합니다.
저희가 하느님의 뜻을 잘 식별할 수 있도록
기도로 저희를 도와주십시오.”
이 말은 단순한 인사치레가 아닙니다.
성령의 목소리는 침묵 속에서, 공동체의 기도 안에서 울리기 때문입니다.
🙏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 한국 시간으로 5월 7일 오후 4시 30분.
콘클라베가 시작되는 바로 그 순간,
짧은 시간이라도 기도를 올려보면 어떨까요?
✨ 마무리하며
“문이 닫히는 순간”은 단절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세상의 소리보다 더 깊은 양심의 속삭임,
인간의 판단보다 더 강력한 하느님의 숨결,
그리고 서로 다른 이들의 생각을 하나로 모으는 성령의 흐름이
시스티나 경당 안에서 고요히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그 문이 닫히는 시간,
우리도 함께 마음을 모아
교회를 위해 기도하는 이 여정에 동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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